사용기 · AI로 로고 만들기

AI 셋에게 브랜드 로고를 맡겼다 — Gemini는 그림, Codex는 벡터, Claude는 배포

2026. 7. 18. · AI 노트랩

이 사이트에 로고와 마스코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AI에게 맡겼다. 정확히는, AI 하나에게 다 맡기려다 실패하고, 결국 셋에게 나눠 맡겼다. Gemini가 그림을 그리고, Codex가 벡터를 깎고, Claude가 사이트에 붙였다. 그 과정에서 AI마다 잘하는 층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Gemini가 생성한 AI 노트랩 마스코트 로봇 — 가슴에 플라스크 로고
Gemini가 만든 마스코트. 가슴에 사이트 심볼이 새겨져 있다.

1. Gemini — "느낌"은 만드는데, "정밀 제어"는 못 한다

시작은 마스코트였다. Gemini에게 "검정 유광 단일 재질처럼, 더 멋진 로봇으로, 배경 없이"라고 시켰더니 꽤 근사한 로봇을 뽑아줬다. 앞·옆·뒤 3면도까지 만들고, 가슴엔 우리 플라스크 심볼과 "ainotelab" 글자가 새겨져 나왔다. 이미지 생성은 확실히 잘한다.

검정 유광 로봇 마스코트 전면도·측면도·후면도
3면도까지 뽑아준다. 문제는 얼굴이 밋밋해서, 결국 얼굴 윤곽선을 따로 넣은 버전을 최종으로 삼았다.

그런데 정밀한 통제가 필요한 순간마다 벽에 부딪혔다.

비율을 못 바꿨다. 원한 건 플랫 카툰풍의 귀여운 치비 — 머리 크고 몸통 통통, 다리 짧은 인형 스타일이었다. "머리 큰 인형 비율로, 손 짧고 다리 짧게"라고 했더니 머리는 키웠지만 팔다리는 그대로였다. Gemini는 정직하게 인정했다.

"요청하신 대로 다리와 손을 짧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팔다리가 원래 길이를 유지해, SD 비율이 아니라 흔들이 인형 느낌이 됐습니다."

머리만 커진 흔들이 인형 로봇 — 원하던 귀여운 비율은 실패
원한 건 귀여운 카툰 치비였는데, 나온 건 머리만 커진 사실적 흔들이. 손·다리는 끝내 못 줄였다. 이런 시도는 전부 버렸다.

그리고 가끔은 아예 고장 났다. 이미지를 계속 생성하다 무언가 꼬이면, Gemini는 로봇 대신 난데없이 "암석의 종류"와 "광합성" 같은 교과서 도표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러곤 더는 이미지를 못 만들었다. 스스로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이미지 도구가 오염된 것처럼 동작해서 결과를 못 낼 상태입니다."

로봇 대신 생성된 암석 종류·광합성 도표 — 이미지 도구 오염 상태
마스코트를 그려달라니까 나온 것: 광합성 도표. "이미지 도구가 오염됐다"며 생성을 멈췄다.

해결책은 허무했다. 새 세션을 열고 원본을 다시 주면 멀쩡히 다시 그렸다. 세션 하나가 어떤 상태에 빠지면 그 안에서는 회복이 안 되고, 통째로 새로 시작해야 했다.

버려진 로봇 생성 시도들의 모음
버려진 시도들. 설명은 생략한다.

벡터로도 못 바꿨다. 로봇 가슴의 그 심볼을 떼어내 로고로 쓰고 싶었다. 그러려면 픽셀이 아니라 벡터(SVG)여야 한다 — 확대해도 안 깨지고 웹 헤더에 선명하게 들어가려면. "흰 배경 빼고 벡터로 만들어줘"라고 하자 Gemini는 또 솔직했다.

"현재 텍스트 기반 AI 모델의 한계로, 흰색 배경을 제거하고 완벽한 벡터 파일로 직접 변환해 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방법만 안내했다(일러스트 이미지 추적, Inkscape, Vectorizer.ai). 그러면서 자동 추적을 쓰면 그라데이션이 단색 띠로 쪼개지고 글자 모서리가 뭉개지니 결국 벡터 안에서 다시 그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첫 발견이 나온다. 이미지 생성 AI는 "이런 느낌"은 훌륭하게 만들지만, "이 각도로 3px만, 이 비율로, 이걸 벡터로" 같은 정밀 제어는 약하다. 그림을 만드는 능력과 도형을 정밀하게 통제하는 능력은 다른 영역이다.

덧붙이면 — 지금 이 블로그 곳곳의 상단 마스코트들은 이 최종 로봇을 기준으로 Gemini가 상황에 맞게 재생성한 것들이다(성별·연령·색을 바꿔가며, "로고는 잃지 말라"는 조건과 함께). 그런데 얼굴 윤곽은 최종본처럼 안 나오고 밋밋하게 나오며, 귀 같은 부분은 매번 다르다. 로고와 관절 구조 덕분에 "같은 마스코트처럼" 보일 뿐, 실은 조금씩 다른 개체들이다. 생성 AI의 일관성은 이 정도가 한계다.

2. Codex — 벡터를 손으로 깎다 (68번의 대화)

그래서 벡터는 코드로 접근했다. OpenAI Codex에게 원본 이미지를 주고 "글자는 빼고 SVG로 만들어봐"로 시작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로고 하나를 완성하는 데 68번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대화가 길어져 중간에 맥락이 압축되며 오갔던 기록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기도 했다.)

Codex로 다듬은 심볼의 11개 버전 진행 과정
같은 심볼을 조금씩 고쳐 나간 초기 버전들. 왼쪽 아래 꼬리가 삐져나온 v001에서, 정돈된 v011까지.

지시는 점점 정밀해졌다. 몇 개만 옮겨 적으면 이렇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원격으로 디자이너의 손을 조종하는 일에 가까웠다. 좌표 하나, 각도 하나를 말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마찰이 있었다

AI는 시키지 않은 걸 건드렸다.

"너 왜 자꾸 말하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는 거지?"

더 답답했던 건 미리보기였다. 고쳐달라고 했는데 화면엔 옛날 그림이 떴다. AI가 망친 줄 알고 몇 번을 다시 시켰는데, 알고 보니 최초에 그린 그림을 계속 미리보기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물이 아니라 소통이 고장 나 있었다.

"처음 그린 그림을 미리보기라고 클릭하게 하니까, 네가 작업을 잘못한 줄 알았어."

그 와중에 규율이 생겼다

이 혼란 속에서 스스로 작업 규칙을 세웠다.

"이 파일 다른 이름으로 보관. 저장본은 훼손되면 안 됨. 이후엔 지시가 있을 때만 final로 저장하고, 그 외에는 v012처럼 버전을 만들어 저장."

AI가 자꾸 되돌릴 수 없게 망치니, 버전 관리와 원본 보호 원칙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개발자가 코드에 Git을 쓰는 것과 같은 이유다. 창작을 AI와 하려면, "망쳐도 되돌아갈 지점"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수십 개의 버전을 거쳐 로고가 완성됐다. Codex는 이미지 생성 AI가 "못 한다"고 한 벡터 정밀 작업을, 지시만 정확하면 끝까지 해냈다.

3. Claude — 완성물을 진짜 사이트에 붙이다

로고 파일이 생겼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 웹사이트에 반영하는 건 또 다른 층위였고, 여기서 세 번째 AI가 붙었다. 실무 함정 두 개가 특히 값졌다.

파비콘의 16px 벽. 로고 심볼을 탭 아이콘으로 만들었더니 32px에선 괜찮은데 16px에선 뭉개졌다. 얇은 선과 위쪽 분자 디테일이 극소 크기엔 정보가 너무 많았다. 예쁜 로고가 좋은 파비콘인 것은 아니다.

OG 이미지가 SVG면 미리보기가 안 뜬다. 소셜 공유용 OG 이미지를 SVG로 뒀는데, 페이스북·카카오톡·슬랙은 SVG OG를 렌더링하지 않는다. 링크를 공유해도 미리보기 카드에 그림이 안 나왔다. 1200×630 PNG로 바꾸고서야 정상 표시됐다. 벡터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 쓰이는 자리마다 맞는 포맷이 다르다.

4. 색은 결국 취향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건 색이었다. 로즈골드로 갔다가 빨강을 시도했다. 순수 빨강은 너무 강해서 "강렬함을 조금 낮춰달라"고 했고, 그렇게 soft-red가 나왔다. 데이터로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내가 그 색이 좋았다. 지금 이 사이트 헤더의 로고가 그 색이다.

최종 ainotelab 로고 — 플라스크 심볼과 워드마크, soft-red
세 AI를 거쳐 나온 최종 로고. 지금 이 페이지 맨 위에 걸려 있다.

배운 것

이 글은 AI와 실제로 일해본 기록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 모델 3개를 돌려 비용까지 잰 실험, 자동화 봇이 조용히 죽은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AI는 만능이 아니라 층위별로 다르다"는 같은 결론에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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